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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Kang So

BECOMING FORMS

Lee Kang So

몸을 실어 하나의 획을 긋는다. 굵은 붓과 몸은 하나가 되어 굵은 획을 그어내린다. 무심의 상태에서 여백과 관계한 공간은 물기를 품은 대기나 강이 되고, 그어지거나 뿌려진 선은 세계를 만들어가는 순간처럼 흐리지만 강하게 무언가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진다. 몸과 일체가 되어온 굵은 붓은 이제 하나의 흙덩어리가 되었다. 순수한 물성인 붉은 흙덩어리는 하나의 굵은 획이 되어 흙을 만지고 있는 손과 함께 모호한 무언가를 형성한다. 


캔버스에 획을 긋는 이강소의 제스처와 흙덩이를 형상화하는 제스처는 다르지만 같은 맥락 안에서의 동어반복인 것이다. 생성과 소멸 사이, 생겨나고, 자라고, 피고, 맺으며, 지는 시간 사이에서 충만한 삶의 순환, 생동하는 기운, 아우라가 표면으로 남는 화폭의 획이 그러하듯이, 비정형의 모호한 흙덩이를 집적시킨 정지된 형상 안에도 움직이고 생동하는 자연이 있다.

이강소의 테라코타, 세라믹 오브제들은 '삶과 자연의 토르소'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Coming-to-be)'이며, 시선 안에서 되어가는 형태이다. 무작위, 무심의 소산으로써 'BECOMING FORMS 되어가는 형태'는 감각적 공백을 남긴다. 보는 이의 응시 안에서 형상화 되어가는 세라믹 오브제는 질료적인 측면에서는 자연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형태적인 면에서는 거침없는 단순성을 구축하고 있다. 흙이라는 순수한 질료의 마티에르 속에 추상적 형태가 살고 있다. 


침묵하는 오브제는 순간과 영원 속에서 고요히 생성되는 '추상적 세계의 토르소'처럼 시적 언어로 존재한다. 다만, 회화적 감각이 공간으로 전이된 횡적인 세라믹 오브제의 형태만이 공간 안에서 하나의 획으로 소실되어 간다. 설명될 수 없는, 무언의 형태는 비록 침묵하지만, 침묵 자체가 묵직한 관념적 무게를 실어준다.

안정숙 엽서메인.jpg

Lee Kang So, 淸明 Serenity-16047, 2016, Acrylic on Canvas, 91x116.7cm,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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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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