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teriality as Metaphor
Kim Chunhwan
Undercurrent 240902, 2024, Paper on canvas, 130 x 194 cm
메타포로서의 물성
김춘환 작가의 도발적인 작업은 우리에게 매일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와 이미지 홍수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다. 본래 조각가로 알려진 김춘환은 서울과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현재 주로 파리에 머무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광고와 광고가 은연 중에 투영하는 우리의 정체성, 삶의 방식, 욕망에 대한 비판의 출발점이 된다. 잡지, 신문, 전단지, 브로슈어는 그의 주제이자 소재이며, 뮤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광고를 매체로 삼아, 광고의 범람과 편재성, 그리고 광고가 쓰레기로 급격히 전락하는 양상을 부각시키며,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형식과 내용이 유려하게 뒤섞인 혼합물로 전복시킨다. 김춘환을 비롯한 사회참여적인 작가들에게 이러한 폐기물들은 끊임없이 보충되는 재료의 원천으로 재생되고, 재활용되며, 용도 변경된다.
김춘환은 모아둔 잡지에서 몇 장의 광고지를 추려내 따로 모아둔 신문 삽지 광고 전단과 합쳐서, 구기고 접고 자르며, 대충 짓이기거나 단단히 접거나 돌돌 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작업 구성에 필요한 모듈 역할을 하는 이 구조화된 유닛은 작품에 질감과 차이를 더하며, 개별적인 구성요소가 사방에서 보았을 때는 저부조(Bas-relief)로 일종의 조각으로 변화된다. 콜라주 기법을 선호한다는 작가는 콜라주를 통해 그는 미술과 실질적인 것들 간에 관계를 성립하고, 실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환영주의를 피하며, 특유의 표상(representation)을 한층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 콜라주 유닛을 지지체 위에 부착해 초고밀도의 표면을 구축한다.
그의 레디메이드에 인쇄된 이미지들은 작업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지워지고, 더 이상 익숙하지 않으며, 그 정체성과 의미는 난해해지고 와해된다. 작가는 이것들을 회화적 요소로 간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질주의의 전형이자 실제 존재하는 것의 파편들, 세상에 있는 사물들로 정의한다. 그는 광고지와 잡지가 그 무엇보다도 우리 인생을 선명하게 표현한다고 말한다. 광고지들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것들과 그 행위 방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표상을 직접적이고 명료하게 보여주려 한다.
강렬한 물적 존재감으로 시각적으로 압도하는그의 작품들은, 완전히 미리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전적으로 형태적이다. 김춘환은 색상과 형태의 관계를 지극히 섬세하게 다루며, 과정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의 작품 중 일부는 거의 단색이고, 그 물결치는 패턴은 수면의 잔물결이나 바람결 같은 자연의 힘이 만들어내는 패턴을 연상시키며, 추상적인 것과 표상적인 것, 실질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 사이에서 공명한다.
릴리 웨이

Installatio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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