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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 Soo Jong

다완, 자연으로의 귀로

Ree Soo Jong

내면의 깊이로 침잠케 하는 다완(茶碗)의 힘은 정신적 공명의 상태로 이끈다는 데에 있다. 정신적 추상을 즐기는 이들에게 다완은 정신적 질료 그 너머에 있다. 태토(胎土)를 노출하고, 기능을 잃지 않되, 미니멀한 형태, 귀얄을 무심하게 그은 듯한 힘 있는 획(Brush Stroke)들, 백토를 덤벙으로 분장한 대담함, 예술적 견지에서 조선의 분청사기는 추상회화와도 결을 같이 한다.


동시에 다른 도자와는 달리 흙을 곱게 수비하지 않고 거칠게 걸러내어 거친 결을 그대로 노출시킨 분청은, 완벽을 향하지 않고, 인간적이며, 자연에 가깝다. 분청사기는 흙 그대로를 보이고, 귀얄이 지나간 흔적을 꾸미지 않으며, 덤벙에서도 백토가 분장되지 않는 부분도 담금질로 메우려 하지 않는다. 작위적인 것을 배제하려는 의지 속에 자연으로 회귀하는 듯하지만 추상적이며, 간결하고, 정신적이며, 예술적이다. 이수종의 다완은 조선의 분청사기의 정신과 예술적 형식에 기반하고 있다.


추상회화의 정신과 자연을 향한 심미적 취향에, 다도(茶道)정신이 조형한 형태가 분청사기로 번조(燔造) 되었다. 다완을 이해하는 데에는 예술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도자는 인간의 역사와 사회,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기물(器物)이기 때문이다. 고려의 청자가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향해 있고, 조선의 백자가 검박한 절제미를 향해 있다면, 분청사기는 보이지 않는 정신과 자연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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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 Soo Jong, 분청사기 귀얄문 다완, 높이 8.5 cm, 지름 17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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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 Soo Jong, 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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