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yond Matter
Park Suk Won
박석원은 반복과 축적, 쌓기와 겹침이라는 행위를 통해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이는 단순한 구조적 조립이나 형식적 배열이 아니다. ‘적(積)’ 혹은 ‘적의(積意)’라는 명제로 돌이나 철판을 절단하고 다시 결합하는 입체 작업은 물론 한지를 찢고 캔버스 위에 다시 바르는 평면 작업에서 보이는 행위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함축하는 동시에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원초적 몸짓으로 ‘쌓기의 행위’와 ‘물질의 응답’이라는 두 힘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쌓기’ 작업은 구조적으로 보면 탑이나 기념비적 형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쌓기란 완결을 향한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생성의 상태, 다시 말해 진행 중인 존재의 리듬에 가깝다. 층층이 겹쳐 쌓는 행위는 동일한 것의 되풀이가 아니라 들뢰즈가 말한 ‘차이의 반복’처럼 매 순간 새로운 균형과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생성적 운동이다. 최근 작업에서 보이는, 한지를 찢어 캔버스 위에 층층이 재배열하는 방법론은 조각의 ‘수직 쌓기’와 대응되는 ‘수평 쌓기’라고 할 수 있다. 완성된 평면 작품은 마치 입체 작품의 단면도와 같은 효과를 자아내면서도 한지의 섬세하고 유연한 물성이 돌이나 철판의 거친 물성을 대신한다.
이번 전시는 박석원의 작업에서 겹쌓기의 행위와 물질의 질료성, 그리고 한지라는 한국적 감각의 매개체가 어떻게 서로를 규정하고 견인하면서 독자적 세계를 구축해 가는지를 조명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조형 이전의 감각, 의미 이전의 물질, 형상 이전의 구조로부터 어떻게 존재가 발생하고 구성되는지를 묻는다. 시멘트, 철판, 석고, 한지는 단순한 재료를 넘어 세계의 층을 이루는 단위가 되고, 기억과 시간, 몸과 정신이 함께 새겨진 질료로 도약한다. 그는 재료를 쌓고 겹치면서 우리 모두의 내면에 각인된 무언의 감각과 기억의 지층을 하나씩 되살린다. 그 층은 단단하지만 푸근하고, 정제되어 있지만 생생하다. 박석원의 조형은 삶과 유리되지 않는 가운데 물질이 지닌 힘을 드러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틈을 열어 우리를 잃어버린 감각의 세계로 초대한다.
김이순(전 홍익대학교 교수/미술사)

Accumulation - 24028, 2024, Korean paper on canvas, 130.5 x 130.5 cm

Installation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