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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k Nam June, Lee Ufan

Paik Nam June, Lee Ufan Collection

Paik Nam June, Lee Ufan

백남준은 온전한 의미에서 비디오의 창시자인 동시에 비디오의 종말을 고한 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디오야말로  동서고금, 삼라만상을 자유자재로 비추어서 본다는 것, 느낀다는 것, 인식한다는 것, 나아가 학문한다는 것, 아니 산다는  것 전부를 총체적으로 포착하는 새로운 미디어임을 그는 밝혀내었다. ... 


그리고 비디오를, 산 인간의 자기 반란을 불러일으키는 적극적인 짓거리의 장, 자신의 땀과 웃음 가운데 서로 손잡고 같이  장난치고, 나아가 자기의 고독과 명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생명 있는 상대로 새롭게 포착하려고 한다. 게다가 다양한  인용과 콜라주와 해프닝이 범람하는 그의 우주는, 특정한 작가의 이미지이기보다는 오히려 무명의 세계, 제각기 스스로  나름대로 향유할 수 있는 자유로운 천지임을 한없이 시사한다. 


모름지기 그의 비디오는, 통제되고 의미가 부여된 영상을 자석(磁石)으로 비틀고 깨부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혼합시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비디오를 사용하여 비디오를 넘어서는 일. 여기에 그의 아이러니가 있다. 최첨단 기계와 기술을 전부  구사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맥락을 전혀 모르는 야생의 원시인처럼 희희낙락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 


초인적인 기계나 기술의 미래형과는 달리, 자기가 어설프게 짜맞춘 로봇과 노닐고, 현기증날 것 같은 전파의 떨림이나  복작거리는 영상을 마음 내기는 대로 조작하면서 그것을 주위의 자연이나 광장에 던져놓고 논다. 그렇게 어긋 지나간  맥락 가운데서, 살아 있다는 체험을 고양시키고, 물신화된 일상이 생활 공간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 비디오로 하여금  인간이 사고나 신체를 대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비디오와 함께 있음으로씨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 인력을 더  풍요롭게 하려는 것이다. 


_이우환, <백남준-비디오를 넘어서>

안정숙 엽서메인.jpg

Lee Ufan,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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