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eekyoung Shin

Afterimages of Presence

Meekyoung Shin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표면의 물성이 세월 속에서 마르고 갈라짐으로 인해 균열이 생성되고 추상적 회화가 되어가는 신미경의 페인팅은 비누라는 물성과 적층된 시간이 가변적으로 조성하는 시간의 편린이 된다. 작가는 우연을 통제하기 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다.

<거석 시리즈 Megalithes Series> 역시 도자를 굽는 가마 안에서 흙이 돌처럼 굳어진 파편을 다시 도자로 만든 작품으로 의지가 개입되었다기 보다 거석문화와 같은 고대의 문명을 연상시키거나 태초의 잔상으로서의 존재를 표상하고 있다. 사라졌으나 없다고 할 수 없고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있는, 불에 뜨겁게 달구어진 흙이 미지의 것이 되어가는 것처럼 영원한 시간 속에 있는 존재의 미니어처를 마주하게 한다.

동서양 고전의 형태들을 비누로 조형하여 장소성에 따라서 존재의 의미가 변모하는 작품들을 통해 시간과 공간 속에서 노출시켜 풍화되거나 사용함으로써 뭉개지는 형태를 통해 작가는 다양한 시공간의 문화적 맥락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해왔다.

<거석>은 인류가 고전(Classic)이라는 미의 형태를 이루기 이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다 근원적인 시간으로, 보다 근원적인 순간에 다다르고자 한다. 시간을 파헤쳐 비누에서 흙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대리석의 형상에서 어딘가에 있을 법한 거친 거석의 흔적으로 존재의 심연으로 나아간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풍파를 견뎌온 하나의 거석은 작지만 숭고한 무언가를 품고 있다. 거대한 돌무더기 앞에 인생은 얼마나 짧고 인간이란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가?

거품처럼 사라지고 말 것 같은 비누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변하지 않는 굳건한 물성을 갖게 되고, 작은 거석은 거대한 거석 앞에 서 있었을 군상을 회상시킨다. <페인팅>과 <거석>은 언어로 형용할 수 있는 도상적 세계에서 물러나 고요한 응시를 자아내는 순간들을 조우하게 한다.

안정숙 엽서메인.jpg

Meekyoung Shin, Painting Series 027, 2014, soap, frame, fragrance, 64.5 x 49.5 x 5 cm

0006_edited.jpg

Meekyoung Shin, Written in soap 02, 2007, soap, frame, varnish, pigment, 40 X 52 x 3 cm

  • Instagram
  • Facebook

ⓒ SONG ART GALLERY.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